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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평화의 염원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자유로 끝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분단의 상징이자 평화의 상징이었다. 이 글은 평화누리공원을 걸으며 만난 여섯 가지 순간을 담았다. 임진각의 상징적 공간, 망배단의 그리움, 철조망 너머의 풍경, 바람개비 언덕의 희망, 평화의 종소리, 그리고 그 자리가 남긴 여운. 평화누리공원 여행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역사와 마음을 함께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여행기: 분단의 역사와 평화의 소망

     

    임진각의 상징적 공간

    임진각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넓은 광장과 건물이었다. 건물 옥상에는 전망대가 있었고, 그곳에서 비무장지대(DMZ)를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전망대에 올랐다. 멀리 보이는 철책선, 초소, 그리고 저 너머의 땅. 그 풍경은 평범한 풍경 같으면서도 무거운 의미를 품고 있었다. 임진각은 단순한 기념관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단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었다. 나는 그곳에 서서 잠시 묵념했다. 임진각의 공간은 방문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이곳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가.

    망배단에 서린 그리움

    임진각 한쪽에 자리한 망배단. 그곳은 북쪽 고향을 향해 절을 올리는 장소였다. 단상 위에는 향과 꽃, 사진들이 놓여 있었다. 나는 망배단 앞에 섰다. 북녘을 향해 절을 올리는 이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그리움, 아픔, 기다림, 그리고 희망. 망배단은 단순한 제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의 무게가 쌓인 자리였다. 나는 그 앞에서 마음을 모았다. 비록 나의 가족은 아니었지만, 그 마음을 함께 느끼고 싶었다. 망배단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다리가 놓인 곳이었다. 그 다리는 아직 이어지지 못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철조망 너머의 풍경

    임진각을 따라 걷다 보면 철조망이 이어진다. 철조망에는 수많은 리본과 메시지가 걸려 있었다. 노란 리본, 하얀 천, 글씨가 바래진 쪽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망을 그 리본에 담았다. 나는 철조망 가까이에 다가가 리본을 하나하나 읽어봤다. ‘하루빨리 가족을 만나게 해주세요.’, ‘평화로운 한반도를 기원합니다.’,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그 글들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의 소리였다. 철조망 너머로 펼쳐진 땅은 평화로워 보였다. 그러나 그 땅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곳이었다. 철조망은 경계이자 연결의 상징이었다. 나는 그 철조망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바람개비 언덕의 희망

    철조망을 지나 평화누리공원의 상징, 바람개비 언덕으로 향했다. 언덕 위에는 수많은 바람개비가 돌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는 바람이 불 때마다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그 모습은 마치 아이들의 웃음 같았다. 나는 언덕 위에 올라 바람개비 사이를 걸었다. 바람개비는 바람이 있어야만 돈다. 그 모습이 마치 평화도 바람처럼 흐르는 것이어야 한다는 걸 말하는 듯했다. 바람개비 언덕은 희망의 상징이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평화누리공원은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그 풍경 속에서 잠시 마음이 편안해졌다.

    평화의 종소리

    평화누리공원 한쪽에는 평화의 종이 있었다. 누구나 그 종을 울릴 수 있었다. 나는 줄을 잡고 종을 힘껏 울렸다.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멀리까지 퍼지며 울림을 남겼다. 종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평화의 염원이 담긴 소리였다. 나는 종소리가 퍼져 나가는 방향을 바라봤다. 그 소리가 저 너머 북녘 땅에도 닿기를 바랐다. 평화의 종은 한 번의 울림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마음속에 또 다른 울림을 남겼다. 나는 종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 번 평화를 생각했다. 평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걸 느꼈다.

    평화누리공원이 남긴 여운

    임진각과 평화누리공원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출발점에 섰다. 돌아보니 그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의 공간, 염원의 공간, 희망의 공간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역사와 현재,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걸 보았다. 평화누리공원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 미완의 공간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면서도 마음 한켠에 그 풍경과 마음을 남겨두었다. 언젠가 그 철조망 너머로 길이 열리기를, 그 종소리가 서로에게 닿기를, 그 바람개비가 평화의 바람을 전하기를 바란다. 평화누리공원은 오늘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평화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