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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화성 성곽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역사의 흔적과 현대의 풍경이 공존하는 길이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성곽은 조선의 지혜와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다. 이 글은 화성 성곽길을 걸으며 만난 여섯 가지 감각적 순간을 담았다. 장안문을 지나 시작되는 여정, 성벽 위의 바람, 화홍문과 수문, 방화수류정의 풍경, 서장대에서 내려다본 수원, 그리고 그 길이 남긴 여운. 성곽길 걷기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시간 위를 걷는 일이었다.

     

     

    수원 화성 성곽길 탐방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걷다

     

    장안문을 지나 시작되는 여정

    성곽길의 시작은 장안문이었다. 커다란 문루가 올려다보였고, 그 위로 깃발이 펄럭였다. 장안문은 화성의 북문으로, 옛날 군사와 백성이 드나들던 관문이었다. 나는 그 문을 지나며 마치 과거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장안문 앞은 관광객으로 북적였지만, 문 안쪽으로 들어서자 고요함이 찾아왔다. 성벽은 견고했고, 돌 하나하나에 시간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성벽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발밑의 돌길, 성벽 위의 기와, 성 밖으로 보이는 도심의 풍경. 장안문은 성곽길의 시작이자 역사와 현재가 만나는 문이었다.

    성벽 위를 스치는 바람

    성곽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성벽 위를 걷자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은 성벽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것이었다. 바람은 머리카락을 흔들고, 옷자락을 스쳤다. 나는 그 바람을 맞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바람 속에는 옛 군사들의 함성, 장인의 땀, 성을 지키던 이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듯했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수원은 고요했다. 건물과 도로, 사람과 자동차. 그 모든 것이 성벽 아래의 풍경이었다. 성벽 위의 바람은 마음을 맑게 했고, 시간을 천천히 흘러가게 했다. 나는 그 바람에 내 마음도 실어보냈다.

    화홍문과 수문의 물소리

    성곽길을 따라가다 보면 화홍문에 닿는다. 수문 위로 놓인 아치형 다리, 그 아래 흐르는 물. 화홍문은 단순한 수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물길과 성곽,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이었다. 나는 다리 위에 서서 물소리를 들었다. 물은 성곽 아래를 지나며 졸졸 흐르고 있었다. 그 소리는 성곽길의 정적에 작은 리듬을 더했다. 화홍문 위에는 관광객이 많았지만, 그 안에는 고요함이 있었다. 나는 물소리를 들으며 잠시 앉았다. 물은 쉼 없이 흐르지만, 그 소리는 마음을 쉬게 했다. 화홍문은 성곽길의 작은 쉼터였다.

    방화수류정에서 만난 풍경

    성곽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방화수류정이었다. 성곽 위에 세워진 정자, 그 너머로 보이는 연못과 숲. 나는 방화수류정에 올라 사방을 바라봤다. 정자의 기둥과 지붕, 처마의 곡선, 기와의 결. 그 안에는 조선의 미학이 담겨 있었다. 정자에 앉아 있자 바람이 불어왔다. 연못 위로 햇살이 내려앉았고, 나뭇잎은 반짝였다. 나는 그 풍경 속에 잠시 마음을 맡겼다. 방화수류정은 바라보는 공간이자 머무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수원 화성의 아름다움과 조용한 힘을 느꼈다. 정자는 성곽길의 보석 같았다.

    서장대에서 내려다본 수원

    성곽길의 끝자락에는 서장대가 있었다. 성곽 위의 지휘소, 그곳에서 성 안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나는 서장대에 올라 아래를 바라봤다. 성 안의 집들, 골목길, 시장, 멀리 보이는 수원천. 서장대는 지휘관이 군사를 바라보던 자리였지만, 오늘날에는 여행자가 수원을 바라보는 자리였다. 그곳에 서니 마음이 묘했다. 과거의 긴장과 오늘의 평온이 한 자리에 겹쳐 있었다. 나는 그 풍경을 마음에 담았다. 서장대는 성곽길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시작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오늘의 수원과 과거의 수원을 함께 보았다.

    성곽길이 남긴 여운

    성곽길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장안문 앞에 섰다. 성곽길은 몸으로 걷는 길이 아니라 마음으로 걷는 길이었다. 돌 하나, 기와 하나, 바람 한 줄기, 물소리 한 방울이 모두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나는 그 길을 걸으며 수원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함께 걸었다. 성곽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이름 이상이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땀과 마음, 기억과 바람이 쌓인 길이었다. 나는 그 길 위에서 잠시 나를 내려놓고 역사를 품었다. 수원 화성 성곽길은 오늘도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시간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