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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 아바이마을은 시간의 흔적과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갯배가 있었고, 그 갯배는 단순한 나룻배를 넘어 마음을 건너는 다리였다. 이 글은 속초 아바이마을을 걸으며, 갯배를 타며 만난 여섯 가지 감각적 순간을 담았다. 마을 입구의 첫인상, 골목길과 벽화, 갯배를 기다리는 시간, 갯배 위의 풍경, 아바이순대의 따뜻한 맛, 그리고 마을이 남긴 여운. 속초 아바이마을 여행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기억과 이야기가 머무는 여행이었다.

     

     

    속초 아바이마을 여행기: 갯배 타고 추억을 건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첫인상

    아바이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낯익은 풍경이 펼쳐졌다. 작은 간판, 손글씨 메뉴판, 오래된 상점. 마을은 시간의 흐름을 천천히 받아들인 듯 보였다.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상인들은 웃으며 손님을 맞았다. 나는 골목길로 향했다. 입구의 첫인상은 마치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사람들의 발자국, 벽에 걸린 추억의 사진들, 바람에 흔들리는 간판. 아바이마을의 첫 느낌은 따뜻함과 그리움이었다. 나는 그 공간 안으로 조심스레 발을 디뎠다.

    골목길과 벽화가 전해준 이야기

    마을 골목길은 좁았지만 이야기로 가득했다. 벽에는 오래된 벽화가 그려져 있었고, 그 위로 시간의 흔적이 덧입혀져 있었다. 나는 벽화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이북 출신 어르신들의 삶, 갯배 이야기, 마을의 역사. 벽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골목길 사이사이에는 작고 아기자기한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골목을 걷는 동안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 길 위에서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풍경을 보았다. 골목길은 아바이마을의 작은 박물관 같았다.

    갯배를 기다리는 시간

    마을 끝자락에 갯배 타는 곳이 있었다. 나는 표를 사고 줄을 섰다. 갯배는 손으로 줄을 당겨 움직이는 수동식 나룻배였다. 기다리는 동안 강 건너편을 바라봤다. 물 위로 비친 햇살, 저 멀리 보이는 속초의 건물들, 바람에 일렁이는 수면. 사람들은 삼삼오오 사진을 찍고, 아이들은 들떠 있었다. 갯배는 천천히 강을 건넜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차분해졌다. 갯배를 기다리는 시간은 단순한 대기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속 준비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지나야만 비로소 나룻배에 오를 수 있었다.

    갯배 위에서 바라본 풍경

    드디어 갯배에 올랐다. 나룻배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평소와 달랐다. 물 위를 건넌다는 것, 그 자체가 특별했다. 갯배는 줄을 당기는 힘에 맞춰 천천히 움직였다. 물소리, 바람 소리, 줄 당기는 소리. 그 소리들이 나룻배 위의 음악이 되었다. 나는 배 위에서 바다와 강, 하늘과 도시를 한눈에 담았다. 물결 위로 스치는 바람은 상쾌했고, 그 바람 속에 옛날 어르신들의 숨결이 담겨 있는 듯했다. 갯배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 감정을 안겨줬다. 나룻배 위의 풍경은 마음을 건너는 다리였다.

    아바이순대의 따뜻한 맛

    갯배를 타고 돌아온 뒤, 마을 안 식당으로 향했다. 따뜻한 국물에 담긴 아바이순대가 상에 올랐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국물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나는 순대를 한입 베어물었다. 쫄깃한 순대 안에는 당면과 채소, 돼지고기가 가득했다. 국물 한 숟갈을 떠먹자 몸속까지 따뜻해졌다. 아바이순대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북녘의 맛, 그리움의 맛, 고향의 맛이었다. 나는 그 따뜻함 속에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느꼈다. 식당 안 사람들은 웃고 있었고, 그 웃음은 마을의 또 다른 풍경이었다.

    마을이 남긴 여운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입구에 섰다. 돌아보니 그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었다. 아바이마을은 사람들의 삶과 기억, 이별과 기다림이 쌓인 곳이었다. 갯배는 여전히 그 자리를 오갔고, 골목은 여전히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마음 한켠에는 오늘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 같은 골목을 걷고, 같은 나룻배를 타고, 같은 순대를 먹고 싶었다. 속초 아바이마을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깊게 사람들의 마음을 부르고 있었다. 그 부름은 바다 바람에 실려 나에게로 왔다.